The Vernicle,  성 베로니카의 베일 by Unknown Artist - 1475-1525년 경 The Vernicle,  성 베로니카의 베일 by Unknown Artist - 1475-1525년 경

The Vernicle, 성 베로니카의 베일

황동으로 각인 •

  • Unknown Artist Unknown Artist

    1475-1525년 경

르네상스 시대 대다수 사람들은 예술에 쓸 돈은 거의 없었지만 예술품에 대한 관심은 컸는데요. 시각 문화는 가난한 계층 사이에서도 소박하면서 비교적 저렴한 형태로 자리 잡았는데, 순례자 배지가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르네상스 시대의 순례도 오늘날과 거의 비슷한 이유로 행해졌습니다: 어떤 이들에게는 종교적 통과의례였고, 다른 이들에게는 힐링을 위한 여정이었으며, 어떨 땐 단순히 개인의 도덕적·영적 성장을 보여주기 위한 행위이기도 했습니다. 순례자 배지는 여정을 성공적으로 마쳤음을 보여주는 눈에 보이는 증거라고 할 수 있겠죠. 

배지는 납으로 만든 값싼 것부터 금으로 만든 고가의 물건까지 다양한 재료로 제작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이 배지를 여정의 기념품으로 구입한 후, 수료했다는 성취감과 함께 경건함의 상징으로 자랑스럽게 착용했습니다. 배지의 이미지는 대개 관련 기독교 성지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었는데요, 예를 들어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Santiago de Compostela)의 상징은 (지금도 그렇듯이) 스페인의 수호성인 야고보(James) 를 나타내는 가리비 조개였습니다.

성 베로니카의 베일 순례자 배지 (위 사진)는  찍어 만든 황동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이 배지는 예수께서 골고다로 향하던 길에 베로니카라는 여인이 그분의 얼굴을 닦아드린 순간을 다룹니다. 그리스도의 얼굴 주변에는 'salve sante facies nostris redeptori'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는데, 이는 '우리 구세주의 거룩하신 얼굴이여, 찬미 받으소서'로 해석됩니다.  이 배지를 착용한 사람은  특정 성인과 연관된 자질을 부여받기를 바랐을 텐데요, 이 경우 자비나 긍휼의 덕목이었겠죠. 적어도 이 물건을 통해서 그러한 덕목을 기억하고 떠올리게 되었을 것입니다.

순례자 배지를 착용하는 행위 자체는 셀프 이미지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나타내는데, 이런 행위는 보통 일반적으로 부유층과 관련이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는 시각적 유물이 일상생활의 한 부분으로서 사회 전반의 관심사였음을 알 수 있으며, 대량 생산된 순례자 배지는 가난한 사람들조차도 삶의 다양한 측면을 장식하고 표현하는 시각적 상징을 가지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 Sara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