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0년에서 1608년 사이, 위대한 바로크 거장 페테르 파울 루벤스(Peter Paul Rubens)는 이탈리아에서 거주하며 작업했고, 그곳에서 고전 조각도 연구했습니다. 그는 고대 형식의 이상화된 아름다움에 매료되었으며, 그것이 그리스와 로마 역사를 시각적으로 묘사하는 데 얼마나 중요한 자료가 되는지를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이탈리아에 머무는 동안 루벤스는 고대 조각들을 바탕으로 한 수많은 드로잉을 제작했는데, 대리석과 청동 조각뿐만 아니라 부조, 고대 보석, 메달, 카메오 등도 포함되었습니다. 이 작품들은 그에게 참고 자료이자 평생에 걸친 영감의 원천이 되었습니다.
그의 이와 같은 작업물 중 가장 인상적인 예로 아그리피나(기원전 14년–서기 33년)와 그녀의 남편 게르마니쿠스(기원전 15년 출생)의 이중 옆모습 초상화를 들 수 있습니다. 아그리피나는 아우구스투스 황제의 손녀이며, 게르마니쿠스는 로마 제국의 갈리아 및 게르마니아 지방에서 활약한 유명한 군사 지휘관이었습니다. 1614년경에 그려진 이 구성은 주제, 형식, 우아함에서 고대 카메오의 모습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러나 진정한 루벤스의 방식답게, 등장인물들은 생동감 넘치는 기운으로 살아 움직입니다. 그는 아그리피나의 밝은 상앗빛 피부와 게르마니쿠스의 더 붉은 안색을 섬세하게 대조시키고, 그녀의 금발 머리카락에는 생기 넘치는 리듬감 있는 붓질로 빛을 입혔습니다.
이 구성은 고대 동전이나 카메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물이 겹쳐진 옆모습이라는 전통에서 착안되기는 했지만, 특정한 고대 모델을 그대로 따르지는 않았습니다. 대부분의 고전 예시에서는 남성이 전면에 위치하지만, 루벤스는 이 관습을 뒤집고 아그리피나에게 더 큰 비중을 부여했습니다. 기술적인 증거에 따르면 그는 원래 아그리피나만 그릴 계획이었으나, 이후 패널을 확장해 게르마니쿠스를 추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아그리피나는 루벤스의 출생지인 쾰른(Cologne)과 깊은 인연이 있는 인물인데, 특히 서기 14년에 다리를 방어하여 로마군의 퇴각을 도왔다는 전설적인 이야기로 유명합니다. 훗날 이 도시는 그녀의 딸 소 아그리피나(Agrippina the Younger)를 기리기 위해 콜로니아 아그리피넨시스(Colonia Agrippinensis), 즉 쾰른(Cologne)이라는 이름을 갖게 됩니다. 루벤스는 아그리피나의 영웅적 유산을 기념하기 위해 이 작품을 제작했을 가능성이 있으며, 작품이 완성되어 가는 과정에서 그녀 남편의 업적 또한 함께 기리기로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추신. 루벤스는 미술사에서 가장 유명한 예술가 중 한 명입니다. 하지만 여러분은 그에 대해 얼마나 알고 계신가요? 루벤스에 대해 꼭 알아야 할 10가지 사실을 소개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의 글들을 확인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