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들의 춤

오늘의 작품은 세계 최초로 큰 규모의 대 피터르 브뤼헐(Pieter Brueghel the Elder) 단독 전시를 진행하고 있는 빈 미술사 박물관(Kunsthistorisches Museum)에서 제공해주셨습니다. 현존하는 피터르 브뤼헐의 작품 중 절반 가량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예술 애호가라면 반드시 봐야 할 작품들입니다. 여러분이 빈에 가시지 못한다 해도 오늘 데일리아트를 통해서 브뤼헐을 만날 수 있습니다. :)

브뤼헐의 '농부들의 춤(Peasant Dance)'은 '농부 브뤼헐(Peasant Brugel)' 이라는 별명을 만들어낸 그림이기도 한데요, 이 별명은 카렐 반 만데르(Karel van Mander)가 그의 책 '예술가들의 생애(Schilder-Boeck, 1604)'에서 "브뤼헐은 농부들의 자연스러운 모습-먹고 마시고 춤추고 뛰고 사랑을 나누는 등의 다양한 기쁨-을 관찰하는 것을 즐겼다."고 평한 것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지금까지도 이 그림의 후원자와 그림이 그려지게 된 맥락에 대해서는 확실한 결론이 나지 못했습니다. 

그림 앞쪽에 있는 지푸라기와 견과 껍질은 추수가 마무리되었음을 알려주는데, 이 때 열리는 교회의 행사는 농민들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축제의 장입니다. 그림의 배경은 브라반트인(Brabantine) 마을의 여관에서 교회 사이로 펼쳐져 있는 거리입니다. 간단한 먹을거리(빵 한 덩어리, 버터, 소금, 맥주)와 음료 그릇이 차려진 즉석(접이식?) 테이블이 왼쪽 앞쪽 선술집 옆에 차려져 있습니다. 지붕 위의 화관 두개는 여기서 신선한 음료가 제공되고 있음을 알려줍니다. 성모 마리아와 성 조지가 그려진 활잡이 길드의 붉은 깃발은 축제를 알리는 신호입니다. 오른쪽 나무 위에 있는 색칠이 된 목판화와 더불어 아래에 놓인 꽃다발은, 이 농부들의 축제가 기독교에서 유래되었음을 잘 보여줍니다. 배경을 구성하고 있는 교회, 그 주변에 세워진 시장 노점들도 전통적인 바자회(전시회)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오른쪽에서 빠른 걸음으로 춤을 추러가는 커플과 왼쪽 가장자리에서 손을 뻗은 채 사람들의 시선을 끌며 구걸하는 모습은, 그림의 구도를 인상적으로 만들며 보는 이들을 그림의 매력 속으로 끌어들임으로써 흥분으로 가득찬 순간을 창조해냈습니다. 앞쪽에서 백파이프를 들고 있는 사람과 그 일행의 매우 잘 다듬어진 초상화 같은 머리, 활기찬 서클 댄스의 역동하는 리듬, 엉거주춤 춤을 추고 있는 두 어린이 등 매력적 장면들이 어우려져서 만들어낸 이 생생한 스냅샷은 역동성과 기념비성에 있어서 이 걸작이 타의 추종을 불허하도록 만들어줍니다. 세련되고, 공간적으로 구분된 색의 사용은 보는 이들을 작품의 구도 속으로 끌어들입니다. 앞쪽에 있는 커플의 팔 아래에서 발이 튀어나와 자신의 자리를 고정시키고 있는 그림 가운데에 있는 젊은 댄서의 붉은 스타킹이 그 예입니다. 

추신. 브뤼헐에 관해 더 많이 알고 싶다면 여기를 눌러서 그의 작품  '추수하는 사람들(The Harvesters)'에 대해 읽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