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mche Trachter
1943년 오늘, 바르샤바 게토(Warsaw Ghetto)의 지역민이 나치 독일에 저항하는 봉기를 시작했습니다. 당시 나치는 남아있는 게토 인구를 마이다네크(Majdanek)와 트레블링카(Treblinka)의 죽음의 수용소로 보내기 위한 마지막 시도를 남겨두었습니다. 당시 봉기는 경찰 대장 위르겐 스트룹(Jürgen Stroop)의 항복 명령에 게토가 저항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는 게토 지역을 차례로 불 지를 것을 명령했고, 5월 16일이 되어서야 끝이 났습니다. 총 13,000여 명의 유대인이 사망했으며, 그중 절반은 산채로 태워지거나 질식사했습니다.
오늘 저희는 유대인 화가, 심처 트라흐테르(Symcha Trachter)가 그린 매우 고요한 그림을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강렬한 색채와 두꺼운 임파스토*, 자연의 동적 표현을 담은 <과수원(The Orchard)>은 심처 트라흐테르의 예술적 결과물에 관한 모든 특징을 잘 보여줍니다. 이 작품은 1928년경에 그렸으며, 당시 화가가 프랑스에 머물던 때였습니다.
1894년 9월 16일, 루블린(Lublin)에서 심처(사이몬) 트라흐테르가 태어났습니다. 그는 사회에 동화되고 부유한 유대인 상인 가족에서 태어났습니다. 그의 고향은 작품에 큰 영향을 끼쳤고, 트라흐테르가 그린 많은 도시 풍경의 영감이 되었습니다.
그의 어린 시절에 관해서―선대의 신념에 대한 그의 태도가 어땠는지, 이디시어(Yiddish)를 유창하게 구사했는지 등―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부유한 가정 형편 덕분에 그는 그림을 배우는 것에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바르샤바, 크라쿠프(Kraków), 빈에서 미술학교에 다녔습니다.
그는 1925년부터 1929년까지 파리에 머물며 이력의 전환점을 맞이했습니다. 트라흐테르는 프랑스에서 자신의 작품을 당시 동료의 작품과 비교해 볼 수 있었습니다. 이것은 그의 그림 양식에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었습니다. 1930년에 폴란드로 돌아온 후, 그의 첫 전시회가 바르샤바의 유대인 미술 진흥 협회(Jewish Association for the Promotion of Fine Arts) 건물에서 개최되었습니다. 그때부터 트라흐테르는 대중을 위해 꽤 정기적으로 전시회를 열었습니다.
전쟁이 발발한 무렵, 트라흐테르는 폴란드의 카지미에시 돌니(Kazimierz Dolny)라는 마을에서 지냈습니다. 전쟁 초기 몇 달간, 그에게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1940년, 그는 이미 바르샤바의 게토 지역에 거주했습니다.
1941년 말과 1942년, 바르샤바의 유대인 위원회(Judenrat)는 그지보프스카(Grzybowska) 거리에 있는 회의실을 개조할 수 있는 충분한 자금을 받았습니다. 새로이 단장된 회의실은 욥기(Job, 구약 성서)를 묘사한 벽화로 장식하게 되었습니다. 화가 3명―트라흐테르, 펠릭스 프리드만(Feliks Frydman), 사무엘 퓨테르만(Samuel Puterman)―이 이 프로젝트 의뢰를 받았으며, 1942년 5월, 거의 반년의 작업 끝에 트라흐테르는 그의 마지막 작품을 완성했습니다.
개선 공사 자금을 지원해줌으로써, 독일은 아마도 게토 주민의 경계심을 잠재우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불과 두 달 후, 독일은 "그레이트 액션(Grossaktion, 유대인 절멸 계획)"을 개시했습니다. 1942년 8월 25일에 트라흐테르는 체포되었고 트레블링카 수용소에서 사망한 것 같습니다. 유대인 위원회의 자리와 벽화, 게토 전체가 파괴되었습니다.
오늘의 작품은 바르샤바의 유대인 역사 재단(Jewish Historical Institute)의 도움으로 보여드릴 수 있었습니다. 심처 트라흐테르의 다른 작품과 전쟁 이전에 활동한 유대인 화가의 작품을 델렛 포탈(Delet Portal)에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추신. 에르나 로젠스타인(Erna Rosenstein)에겐 멋진 이야기가 있습니다. 로젠스타인은 홀로코스트의 생존자이자 공산주의자입니다. 가장 중요한 건 화가라는 사실이죠.
*임파스토(impasto); 유화 물감을 두껍게 칠하는 기법. 붓이나 팔레트 나이프, 또는 손가락을 사용해 색을 칠하거나, 직접 튜브에서 물감을 짜 바르는 방식. 붓 자국 등을 그대로 남겨 표면과 질감에 다양한 변화를 주려 할 때 이 기법을 사용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