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젠 들라크루아(Eugène Delacroix)는 살아 있을 때 동시대 사람들에게 거의 화가로만 알려졌어요. 그는 드로잉을 공개하기를 꺼렸고, 애초에 전시나 수집을 위한 것도 아니었거든요. 그래서 화실에 남아 있던 스케치와 습작들은 그의 죽음 이후에야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드물게 공개된 예외적인 작품이 있었으니, 바로 그의 가장 극적인 수채화 가운데 하나인 번개에 놀라 날뛰는 말(Horse Frightened by Lightning)이에요. 이 작품은 완성 직후, 초상화가이자 풍경화가였던 루이 오귀스트 슈비테르(Louis-Auguste Schwiter)에게 선물로 건넸습니다. 슈비테르가 고대 메달 컬렉션의 주물을 선물해줬는데, 들라크루아는 그것을 바탕으로 리토그래프(lithograph)를 만들었죠. 그에 대한 감사의 의미였던 셈입니다.
1820년대 들라크루아의 예술에서 말은 아주 중요한 존재였습니다. 기념비적인 유화 키오스 섬의 학살(Massacre at Chios)을 준비하면서 그는 역사적 장면을 제대로 그리려면 말의 해부학을 철저히 이해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거든요. 테오도르 제리코(Théodore Géricault)의 낭만적이고 격정적인 말 묘사에서 큰 영향을 받았지만, 1825년 런던 여행에서 얻은 경험도 작품에 깊이 스며들었습니다. 특히 대영박물관에서 본 파르테논 대리석 조각 속 앞발을 치켜든 말들을 열심히 연구했고, 나중에는 이를 리토그래프로 남기기도 했습니다.
이 수채화에서 들라크루아는 풍경이 가진 감정의 힘과 동물 묘사의 에너지를 완벽하게 결합해냈습니다. 멀리 뻗은 평원과 그 연장선처럼 이어진 폭풍우 치는 하늘은, 놀라 뒷발로 선 말을 마치 조각상처럼 떠받치고 있어요. 비현실적으로 짙푸른 하늘을 가로지르는 번개는 동물을 날카롭게 비추고, 붉은 눈과 벌어진 콧구멍은 공포를 더욱 선명하게 드러냅니다. 폭풍의 돌풍은 갈기를 흩날리고, 꼬리는 반대 방향으로 치켜올라 있죠. 이 수채화는 낭만주의자들이 말에 투영했던 모든 상징—힘, 고귀함, 길들여지지 않은 열정, 강렬한 감정—을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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