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소개해 드리는 이 작품은 단테 가브리엘 로제티(Dante Gabriel Rossetti)의 전성기 시절의 뛰어난 작품인데, 그는 시인이자 화가였으며 성경, 그리스 신화, 단테와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의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그의 작품은 팜므 파탈의 이미지를 낭만적이고 시적인 감성으로 담아내었습니다. 또한 여성들과의 왕성한 교제로 유명했던 로제티는 여성 친구들과 애인들을 모델로 썼습니다. 이 작품의 모델은 알렉사 와일딩(Alexa Wilding)인데, 그녀는 1865년 봄부터 로제티의 작품에 자주 등장했습니다.
풍성하게 땋은 긴 갈색 머리를 하고 짙은 붉은색 가운을 입은 한 젊은 여성이 황금색 잔을 그녀의 입술로 들어 올리고 있는데, 잔의 뚜껑은 왼손으로 쥐어서 가슴 쪽에 댄 채로 몽환적인 표정으로 보는 이들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 작품의 제목이 되기도 한 이 컵은 친한 친구들, 특히 연인들이 함께 마시는 컵입니다. 여기 이 컵은 어울리게도 하트 모양의 디자인으로 장식돼 있네요. 이 작품의 액자틀에는 "Douce nuit et joyeux jour/ A chevalier de bel amour (달콤한 밤과 즐거운 낮/아름답게 사랑받는 기사에게)."라고 적혀 있습니다. 이 글귀는 아마도 이 장면이 전쟁을 위해 떠나려고 하는, 혹은 이미 떠나간 여인의 기사를 위해 건배하는 장면을 보여줍니다. 이 인용구의 원천은 불확실하지만, 아서왕의 전설에 푹 빠진 로제티가 직접 쓴 시로 생각됩니다. 정절의 상징인 아이비도 보이며, 이 꽃의 잎 모양은 이 사랑의 잔에 하트 모양으로 새겨진 디자인에도 담겨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