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룩말과 낙하산

영국 리버풀에서 태어난 크리스토퍼 우드 (1900-1930)는 짧은 생을 살다갔음에도 불구하고 현대주의 미술과 전위파 예술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는 심각한 아편 중독 때문에 달리는 기차에 뛰어 들어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얼룩말과 낙하산"은 이국적인 붓놀림과 초현실적인 멋을 더한 "호랑이와 개선문"과 쌍을 이루는 우드의 후기 회화 중 하나이다. 이러한 예술 정신은 앙리 루소의 순진무구한 회화법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얼룩말과 낙하산"은 우드가 파리에서 지내던 시기 잘 알고 지내던 유명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가 설계한 "빌라 사보아"로부터 영감을 받은 현대식 견물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건축물의 선명한 윤곽은 얼룩말과 대조를 이루고 있다. 이 작품은 다소 엉뚱해서 비현실적이고 과장된 초현실주의 세계관을 잘 따르고 있다. 실제로 초현실주의 화가이자 시인이기도 했던 우드는 전혀 관련이 없어 함께 놓아 두기 어려운 사물들을 (이 그림에서 보여지듯 얼룩말, 건물 그리고 낙하산처럼) 하나의 작품에 담아냈다. 이 독특한 조합을 통해 우드는 기이한 꿈과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일부 비평가들은 현대적인 동물원에 한 마리의 얼룩말과 불행한 듯 축 늘어진 낙하산을 함께 그림 속에 배치함으로써 초현실적 전개와 신비로운 감정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림에서 건물 그림자는 관찰자의 시선을 낙하산으로만 향하게 만들 수도 있지만 장례식장에서 관을 장식하는 꽃다발처럼 생긴 화단 근처에 서 있는 얼룩말은 아래위 두 시선을 한 곳으로 모으는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그림 대부분의 공간이 대단히 절제된 색깔로 (흰색, 검정색, 회색 그리고 어두운 파란색) 표현된 것과 달리 낙하선은 빨강와 노랑의 선명한 색으로 캔버서 가장자리에서 매우 눈에 띄게 자리잡고 있다. 

우드의 얼룩말은 이후 "화가의 방 (1944)" 이라는 작품에서 얼룩말의 머리를 전면에 배치한 루시안 프로이트의 미술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프로이트의 작품은 빨간색과 노랑색 줄무늬를 가진 얼룩말을 통해 낙하산과 얼룩말을 그린 우드에게 헌사한 듯 보인다. 

- 토니 구필

덧. 우리는 초현실적인 장면을 대단히 좋아해요! 혹시 초현실주의 예술가 중에 상당수가 실력있는 여성화가라는 점을 알고 있었나요? 그들에 대해, 그리고 크리스티앙 디올이 그들에게 헌사한 디자인이 궁금하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