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자상(Madonna and Child)

카를로 크리벨리는 중세 예술에 대해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름은 아니죠. 하지만 성모 머리 위 거대한 오이를 보면 그건 좀 불공평한 것 같지 않나요?

크리벨리는 보수적인 후기 고딕양식의 장식적인 감성을 가진 이탈리아 르네상스 화가인데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잘 만들어냈어요. 그가 그린 성모와 성녀들은 진심으로 세상을 경멸하는 것처럼 보이는데요, 동시에 길쭉하고 고상한 자태로 매우 우아합니다.

완벽하게 보존된 이 작품은 작가의 가장 절묘한 그림입니다. 터번을 쓴 이교도들이 산책하는 배경의 놀라운 세부 묘사는 플랑드르 화풍에서 영감을 받은 것 같습니다. 트롱프뢰유 기법(Trompe-l’oeil; 실물로 착각할 정도로 정밀하고 생생하게 묘사하는 기법)의 디테일은 성모의 인형같은 외모와 대조됩니다. 사과와 파리는 죄악의 상징으로서 구속(救贖)의 상징인 오이와 금방울새에 반대됩니다. 크리벨리의 서명은 물결 무늬 비단에 왁스로 붙여진 종이 같은 것 위에 있습니다.

저는 이 오이와 사랑에 빠져버린거 있죠. 저는 이 그림에서 오이가 단지 구속(救贖)의 상징일 뿐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P.S. 중세 그림 속의 아기들이 왜 못생긴 노인처럼 보이는지 알아볼 시간입니다! 여기에 답이 있어요.